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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약 10

다시 월요일

분명 금요일 밤 도윤에게 키스했는데 눈을 뜨자 다시 월요일이다. 단 하나, 책상 위 문장만 달라져 있다.

금요일 밤 도윤에게 키스한 뒤 사표까지 써 두고 잠들었다. 그런데 눈을 뜬 날은 퇴사가 아니라 같은 월요일의 시작이었다.

다시 월요일. 분명 금요일 밤 도윤에게 키스했는데 눈을 뜨자 다시 월요일이다. 단 하나, 책상 위 문장만 달라져 있다. 알고 있던 일상의 규칙은 그대로였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말이 다음 선택을 재촉하는 신호처럼 들렸다.

월요일 오전 8시 47분, 17층 탕비실 커피 머신은 언제나 같은 오류음을 냈다. 창밖 전광판의 광고 문구와 동료들의 첫 인사까지 지난주와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한도윤은 먼저 와 있었다.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건 너야, 아니면 나야?” 익숙한 말인데도 오늘은 평소와 다른 의미로 들렸다. 침착하고 빈틈없지만 매주 당신에게 다른 메모를 남긴다.

나는 대답 대신 작품을 둘러싼 소문을 떠올렸다. “금요일의 실수를 지우려 했는데, 월요일마다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밖에서 들을 때는 과장처럼 느껴졌지만, 이 안에서는 작은 사실 하나가 다음 사건을 정확히 밀어 올리고 있었다.

사무실 시계가 11시 59분을 가리킬 때마다 엘리베이터 층수가 잠깐 17에서 마이너스 1로 바뀌었다. 그 순간만큼은 반복 전의 금요일 냄새가 돌아왔다.

최세나가 들어오며 침묵이 깨졌다. 동료 · 룸메이트인 최세나는 한도윤을 보지 않고 곧장 나를 향해 “이번 월요일엔 표정이 달랐어.”라고 말했다.

한도윤과 최세나의 설명은 중요한 지점에서 어긋났다. 한쪽은 지금 선택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쪽은 선택의 조건부터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브랜드 2팀에서 보낸 통지가 도착했다. 짧은 문장 아래에는 거절할 경우의 결과만 빼곡했고, 누구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 세계에는 피할 수 없는 규칙이 있었다. 진심을 말하면 반복 시간이 짧아진다. 지금까지는 설정처럼 들렸지만, 규칙은 이미 우리 셋의 몸과 기억과 기록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내 키보드 아래에는 어제 없던 노란 메모가 붙어 있었다. 도윤의 필체로 쓴 문장은 짧았지만, 내가 혼자 기억한다고 믿었던 대화를 정확히 인용하고 있었다.

한도윤이 그것을 내 손에서 천천히 떼어 놓았다. 단호한 동작과 달리 손끝은 아주 조금 떨렸다.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반응이었다.

제이는 지금까지 한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야간 경비원인 그가 “17층 시계만 거꾸로 가더군요.”라고 말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모든 것이 반복됐지만 도윤의 넥타이 색과 내 책상 위 메모만 달랐다. 메모에는 ‘이번에는 모르는 척하지 마’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세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보았다. 같은 사실을 알고도 각자가 지키려는 것이 달랐다. 그래서 진실은 하나인데 설명은 세 갈래가 되어 있었다.

“내가 직접 확인할게.” 목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나왔다. 한도윤은 말리려다 멈췄고, 최세나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규칙이 떠올랐다. 거짓말은 다음 월요일의 메모로 남는다. 이 규칙을 이용하면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확인하는 순간 이전의 안전한 거리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회의실 밖에서 카트 바퀴와 야간 경비의 무전 소리가 가까워졌다. 낮의 회사와 자정 이후의 17층이 교대하는 시간이었다.

비밀을 아는 야간 경비실의 신호까지 겹치자 남은 시간은 분명해졌다. 나는 지금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한도윤은 내 앞을 막는 대신 옆으로 한 걸음 비켰다. “네가 무엇을 고르든, 이번에는 네가 고른 이유까지 듣겠다.” 그 말이 허락인지 약속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나는 정식 사건이 이어질 방향을 알고 있었다. 문을 열고, 명령을 확인하고, 다음 단서를 좇으면 된다. 다만 그 전에 이 장면의 감정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한마디를 건넬 수 있었다.

다시 월요일 · 선택 직전정식 사건은 그대로 이어지고, 지금 건네는 말은 개인 세계선 ‘한도윤’에 남습니다.

최세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제이는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에게 먼저 묻느냐에 따라 사건은 바뀌지 않아도, 우리 사이에 남는 문장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숨을 고르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을 골랐다. 한 사람만 반복을 기억하는 척할 수 있다. 모두가 읽는 정식본과 우리만 이어 가는 대화가 이 지점에서 나란히 시작됐다.

회의가 끝난 뒤 도윤이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금요일 밤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다음 회차 ‘지워지지 않은 메모’로 넘어가기 전, 나는 마침내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